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삠참이

2018년 스물한살 몇개의 메모들

18. 1. 1

어울이와의 관계에서 배운 가장 가치있는 것 중에 하나는 솔직함일지도 모른다.

솔직한 표현이 주는 엄청난 가치. 내가 너에게 너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함으로서 생기는 기적과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것들.



18. 1. 12

밤이 끝나면 새벽이 오듯 나쁜 일이 오고나면 곧 좋은 일이 일어나는게 맞는 말같다



18. 1. 15

가끔 사람들이 싫어질때가 있다 내가 아는 사람 말고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이!그 사람들의 존재자체가 지긋지긋 해진다 길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잇으면 난 특별하지 않고 그저 그 많고많은 대중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해져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럴때면 모르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내가 교사가 될 자질이 있는지 의심되고 두려워진다 내가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건 그거다 교사가 나의 적성에 정말정말 안맞을까봐 교수님이 다른건 다 몰라도 애들을 싫어하면 교사가 될수없다 라고 말한것이 가슴을 콕콕 찌른다 내가 애들을 좋아할 수 있을까?모르겠다 그러기에 난 가끔 사람들이 싫어서 견딜수가 없는걸 잘 모르겠다



18. 2. 4

다른사람과의 거리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한없이 다가가고 싶은데,또 한없이 멀어지고 싶기도 해.



18. 2. 12

첫알바를 망치고 집에 오는길에 찬바람을 맞으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힘이 들때 앞길이 막막한데도 큰 꿈을 꿀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는 걸까. 울지 않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는걸까.너무 어렵다.



18. 2. 20

글 쓰는 일이 즐거웠음 좋겠지,경쟁이 되고 싶지 않다. 누가 잘쓰고 못쓰고 없이 각자의 개성이 있는거란걸 항상 기억해야지



18. 4. 22

-ㅇ이가 자기 입으로 자기는 자존감도 낮고 감정 기복도 심하다, 그런말을 하는데 난 그럼 어때,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넌 사랑스럽고 좋은 애라고. 난 너를 좋아할 수 밖에 없어졌다고.


-ㅇ이를 달래주기위한 통화였는데,나까지 너무 들떠버렸다. 아까는 죽고싶었는데 지금은 설렌다는 ㅇ이의 말에 정말 기뻤다. ㅇ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죽고싶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8. 5. 1

-난 그냥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내가 달래는거에 꽤나 재주가 없다는걸 느꼈다. 


-또 그런얘기도 많이했다 우리들은 다 아직 중학생같다고ㅋㅋ그때랑 너무 똑같다고.진짜다. 다들 하나도 안변한것같다. 외모나 속내용이나...하지만 다른사람들이 보면 중학생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많이 다르겠지? 참 신기해. 근데 걔네를 만나면 지금의 나도 아니고 고등학생때의 나도 아니고 딱 중학생때의 내가 나오는것같아. 그 때 분명 힘든 기억이 더 많았는데도...지금 생각하면 너무 예쁘게 느껴진다.



18. 6. 8

어울이랑 다 먹고 코노에 가는데 시원한 여름밤 바람을 맞다가 좀 슬퍼졌다. 어울이에게도 그 말을 했다. 왠지 슬프다고... 혼자 있을때는 안 허무한데 요새 사람을 만나면 좀 허무하고 슬픈것같다. 



18. 6. 10

이런 영화를 참고 볼 인내심이 이젠 바닥났다. 게다가 그런 영화를 보고 밤산책을 하는데 어쩌다가 사창가를 지나갔다. 붉은 조명이 비치는 방 앞에 여자들이 앉아있거나, 혹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두려움? 위화감? 슬픔? 불편함........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면하는게 힘들다. 난 아름다운게 보고 싶다고 하지만 그게 이런 어두운 면을 외면하고 싶다는건지, 진짜 아름다운게 좋다는건지 모르겠다. 난 내가 미학적이라 포장하지만 사실 온실속 화초일지도 모른다.



18. 6. 22

정말 즐겁고 평화롭던 날이었다. 문득 누구랑 같이 있다가 와 정말 평화로운 순간이다, 싶을때가 있다. 그런 순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18. 7. 3
내가 지금 왜 이 감정을 느끼지? 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서 그 근거가 합당한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이게 합당한 감정인지 생각해보면 우울감에서 금방 빠져나올 수 있게된다. 분노 열등감 그런 감정들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진다. 


18. 7. 23

나는 뭐랄까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게 돼버릴까봐 사람에게 쉽게 실망하고 그럼 그렇지 너도...라고 생각해버리는 것 같아. 하지만 완벽히 맞는 사람이란 없고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의 좋은 부분을 열심히 좋아하면 되는거다.



18. 7. 25

가끔 너무 행복한 순간이 오면 이 순간은 내 인생의 특별한 순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하면 난 슬퍼진다 모든 순간은 지나가고 지금을 그리워할 때가 올것이니까 하지만 그런 순간들은 지나가지만 사라지지 않는다고 나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며 나를 이 자리에 서 있게한다고 아름다운 순간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쌓여간다



18. 9. 10

-계속 지적받으면 기분이 나빠지는건 어쩔 수 없지만 뭐랄까 이젠 이런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됐다. 지적받아서 기분이 나쁘군. 하지만 지적받으면 대다수의 사람의 기분이 나쁜거겠지(내 이런 감정은 자연스러운거지)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지적받네? 별거 아냐. 이렇게.. 


-사실 가끔 아쉬운 것들이 떠오르긴한다. 하지만 난 최선을 다 할 뿐이다. 무언가를 포기하는대신 다른 무언가를 택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도 나였다고 받아들이고, 그냥 그럴수도 있다고 인정하며 더 나은 내일을 고대하는거. 어쩌면 이런 불완전함이 더 기대되는 내일을 만들어주는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오늘 하루도 좋았다. 극회를 선택한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번 여름은 이번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18. 9. 14

-피드백이 다 정반대인걸 볼때마다 사람마다 생각은 엄청 다르구나 싶고 그만큼 의미없는 것 같고


-낼은 아는사람들이 오는걸 미리 아는 첫 공연인데 내가 어떨지 몰라서 살짝 심란하다. 그래도 오늘같이만 하면 되겠지. 깊게 걱정은 안하려고 한다. 걱정할수록 문제는 더 커지니까 마음을 비우는게 좋다는걸 공연내내 깨달았거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 시도가 더 문제를 크게 만든다.스스로도 굉장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내가 유난히 긴장을 하는건 뭐든 열심히 해결하고 문제를 없애려는 자세에서 나오는 걸지도 몰라


-이런 예측불허의 미래도 나름 즐겁구나.꼭 소설책을 읽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뒷 얘기에 대한 흥분.연극을 했기에 이런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거겠지.



18. 9. 15

-다들 하기 싫었구나 싶었다 그때야 정말 동지가 된 느낌


-내 삶은 모험과 즐거움과 좋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글을 쓰고 연기를 하고 도전을 하는 내가 좋다고,오늘 저녁 진심으로 느꼈다.


-어쨌든 조만간 얼굴 맞대고 얘기할 날이 왔음 좋겠다. 싫은 느낌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대를 걸기엔 지쳤다.

소극장을 나와서 엘베를 타고 4층을 올라가 나오고, 언덕을 내려가 정문을 지나 밤의 로데오를 피곤한 얼굴로 극회원들과 떠들며 걷던 모든 날들. 이젠 끝이구나. 끝이라는 말은 너무 슬프다. 그래 이젠 추억이 되는구나. 슬퍼하지 말고 기뻐해야지. 그때의 그 모든 힘듬이 날아가고 이젠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나에게 남을거라는 의미니까. 아 그리고 ㅅㅌㄹ사람들이 와줘서 너무 고마웠다. 앤에 나온 것처럼 언젠가 사라질테니 너무 사랑하고 싶진 않는데 사랑할 수 밖에 없게된다. 하긴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게



18. 9. 16

아직도 연극끝난게 믿기질 않는다. 바람은 너무나도 적당하고 시원하다. 9월과 일요일이 있는 세상에 사는게 기쁘다.



18. 9. 19

그날 하루종일 그런 생각을 했다. 고민이 있을때 그 고민이 해결할 수 있는거면 해결책을 떠올리면 되고, 해결할 수 없는거면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잊으면 돼.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데도 절대 잊어버리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거다.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아빠가 돌아가시면 슬플거야, 보단 돌아가시면 난 멀쩡할 수 있을까. 죄책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내가 회생불가능한 인간이 되진 않을까? 그 두려움이 컸다. 



18. 9. 20

-얜 너무 좋은 말을 많이해줘서 나도모르게 기댈것만같다.그래도 아직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세상에 완전 천사같은 사람은 없거든!


-아침에 엄마한테 그 얘기를 듣는데 문득 난 이제 21살이고 아빠가 처음 쓰러졌던 13살이 아니고 이젠 회피하지 못하고 책임져야하는 나이란게 실감났다. 그땐 일단 나에게 숨겼지만 지금은 바로 알려주잖아. 그땐 나에게 안 알려줘서 너무 속상했는데 지금은 그때로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다니, 아이러니하구나.



18. 10. 1

-무언가 사랑하는게 생기면 사람은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다같이 카페에 있는 새를 구경하는데 마음이 심란했다. 새가 몸을 웅크리고 눈을 깜빡이면서 덜덜 떨고 있었다. 새장 앞에 있는 인형을 만지려고 하니까 막 화를 내는데 안타깝기도 하고 사정이 안됐다. 시끄러운 음악이 틀어져있고 밝은 조명이 있는 곳에서....아프거나 아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았다.



18. 10. 9

난 내가 특별하고 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걸 나누는 특정한 기준이 있는건가??운 좋게 접하게 된 좋은 문화에 우월감을 느끼는건 좀 아닌것같다



18. 10. 11

사람이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를 때 아직은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괜찮다. 사람과 있는건 좋다 어쨌든 난 나아가고 있다는 예감이 든다



18. 10. 14

요즘 누굴 만나도 큰 애정이 생기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문득 그 사람은 어떤 생을 살았을지, 어떻게 살아와서 지금 내가 보고있는 그 사람이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한 인간을 이루는건 무엇이고 그 존재를 움직이는건 뭐고 또 어디로 움직일지...많은 것이 미스터리하며 궁금하다.



18. 10. 28

사과를 할 줄 아는 어른은 멋지다. 인간관계에서 이기고 지는 것을 중시여기는게 아니라, 더 큰 가치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적의 사과를 보고 '이겼다'라고 느끼지 않는 인성은 훌륭하다. 그러기 위해선 내면에 강한 기둥이 있어야한다는 것을 느낀다. 외부의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아니 애초에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고 굳은 심지를 갖고 있는거. 



18. 10. 29

사랑과 숭배의 경계가 명확하다고 여태껏 생각해왔는데 이젠 좀 모호한 것 같다. 본래 사랑이란게 숭배를 함의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존경심이 없는 상대한텐 사랑도 못 느끼는 것이다. 생각해봄직하군



18. 11. 1

-치다보니 6시가 되고 성당의 종이 울렸다. 해가 지고있고 건물이 반짝였다. 적당히 시원한 겨울바람과 잔디밭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비치는 역광....멋진 풍경이었다. 수도원 안에 들어와 운동하는 기분이었다. 


-저저번주인가 그때만해도 차라리 독강이 낫다구 이미 친해진 동기들 사이에 끼기 싫다고 생각했는데....독강이었으면 이런 경험도 없었겠지?감회가 새로웠다. 인생은 뭐든 업다운이 있는듯. 알면서도 매번 까먹는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이런 말 부끄럽지만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살아 행복하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계절이 바뀔때 계절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행복하다.



18. 11. 9

정말 그렇다 다른 의견이 맞부딪칠걸 두려워말고 그렇더라도 우린 잘 지낼거라는걸 아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 



18. 11. 12

연극은 한 무대위에서 하기 때문에 그 어떤 매체보다 인위적이면서 또 빛이나 물체가 실제로 눈앞에 존재한다는 점에선 그 어떤 매체보다 사실적인듯



18. 11. 22.

사랑하는게 쉬운만큼 안사랑하는것도 너무나 쉬운듯. 아 걍 슬프고 마음아프다.



18. 11. 27

다 보고나니 여기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선택이 성공했다!라는 확신이 들 때가 참 즐겁다. 학생회얘기도 했는데...하게될까?하게되면 나름 재밌을것같긴 하다.어케든 괜찮은 미래가 있겄지. 뭐든 안했을때보단 했을때가 낫긴했다.



18. 11. 28

내 기분이 존중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는건....진짜 이상한 느낌이다. 어쩌면 난 사람한테 기대를 안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실망한 사람이 있으면 연을 끊는 식으로만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좋은 사람 나쁜사람으로 딱 나눠지진 않는다.



-


작년에 쓴 메모와 일기의 일부분 중 인상깊은 부분을 잘라와보았다. 

삠참아.....1학기에 학교에 적응하느라 메모도 많이 못 했구나. 삠참아....격동의 가을을 보냈구나. 뭔 제 2의 사춘기라도 겪은 것 같다. 지금 보니 아주 먼 얘기같이 느껴진다 하하하핳 

그래도 뭐든 메모해놓으니까 감회가 새롭다. 요즘은 진짜 손놓고있었는데 뭐든 메모해놓고 일기라도 써야지싶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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